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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그 약속의 재현

 

작가 영은은 자신의 시각적 언어의 표현방식을 채색하고 금속파이프 등을 격자로 배치하여 레이어 효과로 사물의 표현방식을 이야기한다.

그 작업들은 무지개색으로 채색된 파이프 오르간과도 같은 배열 들의 혼성을 연출하고 있는데, 재료가 주는 견고함과 함께 다중적인 개념을 은유적으로 소화하는

전달방식을 취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그의 근작들은 너무나도 차분하고 이성적 이어서 다소 딱딱해 보이기까지 한 것으로 (그것들의 재료가 금속이어서만은 아니고) 시각적으로 그 가지런함을

배열과 함께 레이어드 되었으며 그 색상, 즉 무지개색의 조화로움을 도시풍경이나 구름의 형상 속으로 집어넣어 극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무지개인가? 라는 의문을 한 번쯤은 해보게 된다.

일곱가지 색상의 그 모양은 반원형이 굳이 아니어도 우리의 머릿속에 늘

무형의 형태로 명확히 굳혀진 이미지이다. 실재 우리 삶을 통틀어 그토록 명확하게 무지개의 형태를 몇 번이나 볼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무지개라는 단어가 갖는 키워드에 더 익숙해진 것이 아닐까 한다.

어찌 보면 인간은 보이지 않는 유기적 형태를 이미지화시키는

유일한 동물인 듯하다.

그것은 마치 행복, 희망, 사랑 따위 등 무형의 언어에 대한 맹목적 꿈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의 배경과 체험의 산물이고, 또한 이러한 것들의 겹쳐짐을 반복하며

경험하는 삶의 재생이 바로 그것이다.

즉 보이지 않는 것을 더 믿고 신봉하는 인간의 원초적 초심이 아니던가.

인간은 누구나 소망과 꿈을 안고 살아간다. 어떠한 절망적 현실에 봉착하더라도

누군가가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상황에서 자신을 건져내 주시리라는 확신을 품고 갈구하게 된다.

그러한 절대자에 대한 갈중과 만물의 근원인 그 무엇에 기대며 믿고 싶어지고

또 붙들게 되는 초자연적 힘, 바로 그것을 우리는 종교라고 부른다.

따라서 작가 영은의 지극한 믿음과 신앙인으로서 의심없는 기도와 간절함은 그를 어떠한 절망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근속으로 단단히 동여매 준듯하다.

작가들의 작업 동기의 모티브는 그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뿌리와 절절한 체험 뒤에 여과된 옹심이고, 그러한 동기를 이제 어떻게 시각적 산물로 치환시키는가 하는 문제만이 예술의 과제인 동시에 진정성을 볼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이번 개인전에서 보여주는 근작들은 그간 작가가 부단히 보여주고자 했던 무지개 작업들의 정점으로 보인다.

어지러운 세상의 혼란함의 극적인 해결을 절대적 신앙심의 기도와 믿음으로 해석했고, 그것의 해법으로서 하나님의 약소의 증자의 무지개를 제시해 주고 있다.

믿는 것을 보든 보이는 것을 믿든 그것은 종교를 초월한 관객의 몫이리라.

다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적 키워드와 시각의 개연성의 절실한 해법이 없이도 간결하게 다가와 함축적인 설득을 보고 싶어지기도 하다.

금속 재료가 갖는 차갑고 딱딱하고도 차가움도 잊을만한 대단한 노동,

그리고 개념의 치밀한 전개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작가 영은 만의

설치의도와 더불어 그 발길을 붙들고 있다.

 

갤러리 너트 성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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