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작업 노트>
"불가능한 가능성"’<Impossible Possibility>
불가능한 가능성은 말 그 자체가 모순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가능성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이에 불가능한 가능성을 작품으로 표현해 보려고 노력했으며 그 모순은 작품의 여러 면에서 발견된다. 사용된 재료들의 상극적인 속성, 하나의 물체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장치,
전쟁으로 인한 분단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희망을 가지려는 모순된 성향 등 서로 다른
속성들 즉 불가능한 가능성을 작품 속에서 조화롭게 표현해 보았다. 그리하여 전쟁과 분단이라는 대표적인 사회 갈등의 형태와 인간 본성에 대한 실존적 고민을 담아내려고 노력하였다.
인간은 이기심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에 종종 양 손에 총과 칼을 쥐고 평화를 이야기하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리비아 사태에 대처하는 서방 국가들의 모습이 그러하고, 동일본 대지진은 자연재해였으나 그로 인해 빚어진 일련의 원전 사고들은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이 불러온 폐해라할 것이다. 전쟁은 말할 것도 없는 사회적인 갈등의 극단적 표출이다. 사회적인 문제도 인간 본성의 문제도 한 개인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로 인해 생긴 상처
또한 쉽게 치유할 수 없는 부분이다. 거대한 상황과 시련에 대항하고 뿌리 깊은 이기적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항구적으로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들이므로 이처럼 불가능한 문제들을 다스릴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업은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로서 안고 있는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어떻게 하면 치유하고, 나아가 통일로 이어질 수 있을까하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구상이 진행될수록 한국전쟁 역시 하나의 사례일 뿐, 주목해야 할 점은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되는 인간의 잔혹한 본성에 집중하기로 가닥을 잡아 우리가 이러한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서로에게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러한 사유의 결과가 바로 ‘나무의 존재방식’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자기희생적인 삶의
모습은 우리 시대가 가장 굶주려하는 부분이 아닐까. 느리지만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에서는 불가능을 가능케 해 줄 것만 같은 희망이 느껴진다. 사람들에게 따뜻한 소생의 에너지를 나누어 주는 나무의 모습 속에서, 나는 반세기 이상의 시간이 지나 흐려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할 힘과 어쩌면 미래에 겪게 될 지도 모를 또 다른
비극의 씨앗을 소멸시킬 힘을 동시에 느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업 재료를 선택하고 주제를 전개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나만의 특성을 부여하고자 무척
노력했는데, 발터 벤야민과 프란츠 카프카에서 영감을 받았다.
발터 벤야민은 《언어 일반과 인간의 언어》에서 존재의 근원은 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언어 일반’이라는 표현은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도 각자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사용된 것으로 인간의 언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모든 사물은 언어를 가지고 있으나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름을 대신 불러주는 것이 바로 인간이었고, 그 이름들은 ‘아담의 언어’이다. 각각의 사물에 내재된 본질과 가치에 부합하도록 음성이 부여되는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노래했던 김춘수 시인은 아담의 언어가 갖는 명명 언어적 특징을 꿰뚫어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벨탑의 붕괴로 아담의 언어는 사라지고 이제 수많은 ‘이름’들은 더 이상 사물의 본질을 말해주지 못하는 사회,
그런 사회를 우리 현대인들은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 사물과 인간 사이에 잊혀 진 소통을 시도하고자, 단순한 회화적 요소나 장치를 넘어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
소재를 선택했다. 스틸선, 철사, 나무 등이 전쟁과 분단 그리고 치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언어적 본질’을 지니고 있는 이 재료들과 물감이 어우러지면서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문제의식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주길 바란다.
재료를 선택한 후 작업의 전개 방식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던 딩벳 문자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각각의 낱소리에 이미지를 부여한 후 배열함으로써 어떤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ㄴ’에 점4분음표, ‘ㅏ’에 사과, ‘ㅁ’에 16분음표, ‘ㅜ’에 ff 라고 한다면, 점4분음표+사과+16분음표+ff를 나열해 ‘나무’라는 단어를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를 딩벳 문자를 이용한 작품으로
옮겨 온 것이다.
다음으로는 그동안 꾸준히 작업해 왔던 방법을 사용하여,
철 프레임에 스틸 선을 일정 간격(5mm)으로 배치하였다. 스틸선 위에 이미지가 있고,
스틸선 사이의 틈으로 배경이 혼합되어 보이며 이미지는 한데 섞여진다. 그러나 작품의 완전
측면에서 보면 배경은 사라지고 스틸선 위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평면적인 회화에 공간감을 끌어들여 2차원 평면 회화의 일루전을 뛰어 넘은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함이다. 작업 속에 작가만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자 할 때 새로움은 빠질 수 없는 화두이다.
노벨상 작가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는 줄곧 절대적 지배와 권력을 함축하는 ‘다수’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언어적 변수들을 불균형 상태에 처하도록 조종하여 생성되는 소수문학을 언급했다.
기준과 잣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채를 찾고 사회와 소통하며 궁극적으로 ‘미래의 사람, 혹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집단’을 발명해 내는 것이 소수문학의 목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작업에서 불가능한 가능성을 끌어내고자, 새로운 것을 위한 시도로써, 모순적 개념인 ‘입체적인 회화’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르네상스 시대에 발견된
원근법과도 비교할 수 있으며, 학문과 학문․예술과 예술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사고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전통성의 부정이며 잡종성과 혼합성이 강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2차원적 평면 회화와 3차원적 조각의 경계에 서 있는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과도 비교해 볼 수 있다. 그가 2차원과 3차원의 경계에 서 있다면, 나는 2차원에 3차원을 그대로
끌어들여 새로운 차원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캔버스가 존재하는 만큼 평면적인 것을
완전히 거부하지 않았고, 스틸 선을 사용함으로써 입체적 형태 역시 받아들였다.
이 두 가지를 합치는 작업으로써 작품이 더 뚜렷하게 다른 차원을 지향하게끔 만들고 싶었다.
결국 이렇게 일반적이라고 정해진 어떤 기준이나 보편적 다수와는 다른 흐름을 스스로 찾고자
하는 노력은, 언어적으로 주류언어를 사용하기는 했으나 내부에서 주류언어를 전복시키려 했던 카프카의 소수문학과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평면과 공간의 결합 작업 후에는 스틸 선을 특정 길이까지 28등분(자음․모음 각 14개)하였다.
그리고 각각의 음소가 차지하는 위치를 채색하는 방식으로 나무의 이름을 구절들로 나타내었다. 이 스틸 선들은 세로로 배열되어 있지만, 가로 방향으로도 몇 개 더 들어간다. 희생이나 사랑 등 각각의 나무가 갖는 보편적 의미를 표현하고자 철 프레임을 다시 28등분하여 가로 배열의 스틸 선을 넣고 채색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지개는 스틸선 184개위에 문구를 표현한 것이며, 채색은 가로130cm를 7등분하여 왼쪽부터 점차 무지개 색으로 칠해감으로서 한셋트의 스틸선이 채색되고, 그 끝부분에 위치하는 낱소리를 순차적으로 조합하면 문구를 해석해 낼 수 있다. 전쟁과 분단이라는 비극으로 인한 상처와 소외․현대인의 아픔 등을 초월적 사랑과 관심,
배려 그리고 자기희생의 자세로 극복해 나가는 의지가 드러나기를 바란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재료인 철 프레임과 스틸선의 금속성은 철기문명과 무기들로 대표되는 전쟁 이미지 그 자체이다. 철의 사용은 인류가 이뤄낸 위대한 이성적 발명인 동시에 비인간성과 물질문명의 폭력성을 함축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재료로 전시와 전후 이미지를 표현한 것은 재료와 이미지 그리고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 짓기 위한 장치이며, 나아가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의미를 강조하고 풍자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알베르 까뮈는 부조리야말로 본질적인 관념이고 제1의 진리라고 말하였다. 불행하고 비극적인 인간 조건과 전쟁이나 기아와 같은 거대한 상황에 부딪힐 때, 이성적이고 경험적인 판단으로는 절대로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삶의 무의미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인간이야말로 거대한 부조리를 이겨낼 이상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사회와 관념에서 분리되어 살아가지 않는 한, 우리의 현실은 언제까지나 한 개인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커다란 벽 안에서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하고 또 희망한다.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근거와 믿음이라도, 오히려 그런 아이러니한 발상과 미지의 것을 향한 두려움 없는 걸음이야말로 ‘불가능한 가능성’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Impossible Possibility>
"Impossible Possibility" the sentence itself is a contradiction. But Impossible Possibility exists in many areas in our society. As the work is trying to express the "Impossible Possibility", in many ways, the contradictions are found in the art work. Antagonistic properties of the materials used, a device that makes an object look different depending on the angles, and a hope in desperate situations due to war to take up contradictory tendencies etc. were expressed in harmony with impossible to attribute to the different possibilities of the work. Thus, war and division with a representative form of social conflict and human nature were tried to capture the existing human dilemma. Often it is difficult for human being to be free from selfishness, but the irony is that they often use guns and knives to talk about peace.
The ability of western powers to cope in the latest Libya crisis, and the earthquake in eastern Japan was blamed for a series of natural disaster, nuclear accident, but thereby they may be suffering from the selfish nature of humankind. Needless to say a war is an extreme manifestation of social conflict. Social problems and the problem of human nature are parts of power that individual can not change, thereby they are parts of wounds that cannot be healed easily. Therefore, facing with difficult situations and to be free from a huge ordeal of self desires seems almost impossible. However, since it is the thing we seek permanently, we have to try to open up some ideas to govern the impossible issues.
This art work started with an idea of how to heal the wounds of division as the last divided nation on the planet and a consciousness idea that could lead to further unification. But as the initiative idea progresses, Korean war was just one example. And it was important to note that to find the big idea I needed to dig deeper inside. As a result, I had a thought of how I co-exist with war in a way that expressed the extreme brutality of human nature to hold the strands and to focus on how we can deal with this reality.
The result of such thought is "The presence of trees". Looking at the life of a tree that provides us endless self-sacrifices is the part that our society is lack of.
Some can find a hope of a possibility of an impossible through a robust health of the tree that spreads slowly but constantly. From the warm reviving energy that trees provides to human, perhaps I have felt a power that will heal the wounds of a war that still exists more than half a century and also a power to destroy the seeds of another tragedy in the future at the same time.
While selecting materials and developing my ideas, I have tried so much to make my own distinctive unique flavor and Walter Benjamin and Franz Kafka inspired me. Walter Benjamin said that, "The source of existence is a language", in (The language of general and human being).
The term "General language" is not just a representation of human language, but it includes everything else as well as human language. Every object has a language, but only it does not have a voice. And human beings called their names and it became a "Adam's language".
The inherent nature of each thing and that value gives a voice to match. The poet Chun-soo, Kim who wrote, "When I called his name he came to me and became a flower" must have known the linguistic characteristics of Adam's language. But since the collapse of the Babel tower, modern people live in a society with lots of names in Adam's language can no longer tell the nature of society. So what I have tried to communicate through my art work is to initiate the message that has been forgotten between things and human beyond mere pictorial elements or devices, which in itself had an implications selecting the material. Those materials include steel wires and woods that represent an image of war, division and healing. I hope my art work becomes a medium that can communicate with the audience about the problems of consciousness, through the materials and paints that I have selected which are uniquely equipped with linguistic essence.
After selecting the materials, the method of work that I had in my mind from the beginning was to use Dingbat characters. The method was to give each individual sound an image and to array those image to create some text. For example, if 'L" was to represented a quarter note, 'T' was to represented an apple, 'O' was to represented a sixteen note, and 'T' was to represented 'ff', you can express a word, "tree" by arraying a quarter note+apple+sixteen note+ff together. That's how
I transferred, "The giving tree" fairy tale by Shell Silverstein into an art work using Dingbat characters.
Next I placed steel wires with (5mm) regular intervals, using the method that I have been working steadily. By placing the images above the steel line, it gives you an illusion which mixes the images and the background through the steel line gap. However, if you look at the art work from the sides the back ground images disappears, but it reveals the images above the steel line.
This flat two-dimensional plane painting suggests a possibility of a new painting style, that exceeds the flat two-dimensional plane painting that resonates with the speciousness of the illusion. When intending to give an unique artist's identity into the art work, something new can not be missing from the topic. A well known Nobel prize writer Franz Kafka, often mentioned a minor literature which was created by manipulating a state of imbalance linguistic variables, which is contrary to the concept of absolute rule and power.
I have tried to express the contradictory concept of trying something new, by 'painting three-dimensional' sought to implement the Impossible Possibility. This paradigm shift can be compared with the perspectives found in the Renaissance which broke down the boundaries between study against study, but as well as in art against art. And it can be referred to as the result of a post-modernism accident. In some ways, it is the negation of traditional but also a strong mix of hybrid and mixture. Lucia fontana's work can be compared, which stands on the boarder with the two-dimensional plane and three-dimensional pieces of paintings. If he stood on the boundary of 2-D and 3-D, I wanted to drag myself from two-dimensions to three-dimensions right away and create a new dimension to my work. As long as there was a flat canvas that has not completely rejected two-dimensional, the three-dimensional form by using steel wires was also accepted. By merging the two operations of work together, I wanted to make us turn towards different dimensions more clearly. Generally, defined number of universal standards and an effort to try finding themselves have similar situations as the minority literature of Kafka. The Kafka used the main language, but internally attempted to overthrow the mainstream language itself. After working with a combination of planar and spatial work, I divided the steel wire into a length of 28 equal parts (14 collection of consonant and vowel). And the name of the tree was expressed by verse, with coloring the position of each phoneme. The two steel wires are arranged not only vertically, but also horizontally as well. To express such universal meaning of sacrifice and love for each tree, an iron frame was bisected into a 28 horizontally array of steel wires which has been painted afterwards. Finally, the rainbow represents the phrase on top of the 184 steel lines. A set of steel line was painted into a rainbow by diving the 130cm horizontal line into 7 sections. And you can interpret the phrase by combining the phoneme sequently which is located at the end. It shows us a hope of commitment by overcoming the difficulties such as division, alienation, love and caring pain for modern people, and finally self-sacrifices, which are caused by wounds from the war.
As previously mentioned, most of materials that make up this work are metal. It uses iron frame and steel wires which itself represent an image of war and civilized metal weapons.
Use of iron is the greatest rational invention of mankind during civilization, but sometimes implies to both inhumanity and a violence caused by materialism. Therefore, the reason that I have chose these materials is to get across the image and the messages of pre-war and post-war, and also to further emphasize the negative connotations of the modern society and irony.
Albert Camus once said, "The absurdity is the real essential notion and also the first truth". Human can not rationally think optimistically and make empirical judgements during tragic human condition, such as war or famine. But even under these circumstances considering how meaningless life can be, the struggle of human to escape such things can be an ideal model for overcoming a massive irregularities. But the reality is that we always will be lost facing a big wall that we can't climb, unless we walk away from the notions and the society. But at the same time, I also hope and think that, even what can not be explained by logical basis and faith will make the 'Impossible Possibility' a possibility, through imagining the ironic ideas and walking towards the unknown without a fear.